오랜 친구와 연락이 끊긴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자존심 때문에 먼저
전화를 하지 않지만 친구와의 사이에 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루는 사내가 다른 한 친구를 찾아갔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우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언덕 위를 가리키며 그 친구가
말을 꺼냈다.
"저기에는 큰 건물이 하나 있었다네. 매우 견고한 건물이었는데 건물 주인
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물어지고 말았지. 아무도 돌보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폭풍우가 불어 닥친 어느 밤에 있었던 일이네."
사내는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친구에게 물었다.
"그게 우정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중에 그곳에 가보니 무너진 나무들이 제법 튼튼하고 좋은 것들이었지.
하지만 나무와 나무를 이어주는 나무못의 이음새에 빗물이 조금씩 스며들어
나무못이 썩어버리게 되어 결국 허물어지고 만 것이지."
사내는 친구의 말에 신중히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여보게 친구, 인간관계도 물이 새지 않나 하고 돌봐야 하는 지붕처럼 자주
손을 봐 주어야 하네. 편지를 쓰지 않거나, 전화를 하지 않거나, 고맙다는 인
사를 저버리거나, 잘못을 해결하지 않고 그냥 지낸다거나 하는 것들은 모두
나무못에 스며드는 빗물처럼 이음새를 약화시킨다는 말일세."
사내는 친구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보고싶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