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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나 떠나는 날엔
[ 2018-06-30 08:35:46 ]
글쓴이  
관리자
조회수: 154        
"나는 사형수다. 난 지금 그린 마일을 걷고 있다.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건강하고 찬란한 날이다."

내 사무실에 걸린 달력 밑에 새겨놓은 말이다. 그 달력은 100년 달력이다. 2001년부터 2100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21세기가 담긴 달력이다. '그린 마일'은 사형수가 걷는 복도를 말한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해보니, 100년 달력에 생각이 머물렀다. 달력을 걸어놓던 날, 내가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연도를 매직펜으로 차례차례 지워놓았다. 내가 1959년생이니 100년 인생이라 해도 2070년 이후는 내게 존재하지 않는 시간일 테니까. 남아있는 숫자만큼은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 마지막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지금과 그때가 똑같은 무게이길 바랐다.

100년 달력을 걸게 된 건 스물다섯 살 제대했을 때쯤 만난 15년짜리 달력 때문이다. 당시 1985년부터 2000년까지 전지 한 장에 담겨 있었다. 깨알 같은 글자 때문에 달력 자체로는 가치 없어 보였지만 디자인이 꽤 마음에 들었다. 걸어만 놓고 날짜는 보는 듯 마는 듯 지내다 어느 날 다시 봤더니, 달력의 마지막인 2000년이 한참 지난 2004년 어느 날이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사이 20년이 지나갔다니! 가만히 앉아 지난 세월을 곱씹었다.

​드라마 인간시장,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난 진짜 열심히 살았구나, 치열하게 지내왔구나. 그냥 나이만 먹었다면 아마 죽고 싶었을 것이다. 20세기에 내 인생 절반을 바쳤고, 21세기 남은 생애를 치열하게 보내고 싶다. 하루는 무척 길지만 1년은 짧고 10년은 더 짧다.

내가 항상 외워두는 게 있다.
1년 365일, 8760시간, 52만5600분, 3153만6000초….
시간은 유한하지만 시간의 품질은 무한하게 쓰고 싶었다.
쪼개고 쪼개다 보면 무한에 가까워지는 듯한 그 시간을 충만하게 보내고 싶었다. 난 죽음을 목전에 두고 만드는 버킷리스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고 싶었던 일을 이루고 나면 엄청난 성취감과 에너지가 생긴다. 이를 재투자해서 에너지를 선순환시켜야 한다. 이런 일들을 죽기 전에 몰아서 한다면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내 인생의 마지막도 비슷할 것 같다. 비석을 세우거나 유장한 묘비명을 쓰거나 하고 싶지 않다. 어떤 특별함 없이 일상과 똑같은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남은 시간을 날짜로, 시간으로, 분으로, 초로 나누어 쓰다가, 어느 순간 그 무한의 시간 속으로 수렴됐으면 한다.

[출처] [나 떠나는 날엔] [9] 하루는 길지만 10년은 짧다
-박상원(배우, 서울예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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