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
내면의 두께를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 |
[
2025-04-11 15:40:38 ]
|
|
|
글쓴이 |
|
|
한국은 지금 장점이 최고로 발휘되어버리고 난 후 한계에 갇혀,
취약성이 장점을 누르기 시작한 상황이다.
취약성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은 사유의 종속성이다.
세상의 모든 물건과 제도는 생각이 만든다.
우리 삶을 채우는 물건과 제도 가운데 우리가 만든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독립적으로 생각한 적이 거의 없었음을 뜻한다.
이는 우리의 삶을 스스로 생각해서 산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산 생각의 결과를 따라 하며 살았다는 증거다.
사유의 생산자가 아니라, 사유의 수입자로 살아온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서 산 것이 아니라,
우리 외부에서 한 생각의 결과를 죽어라 따르거나 수용하면서 산 것이다.
우리가 아직 선도 국가가 아니라, 추격 국가임을 드러낸다.
이것이 사유의 종속성에서 비롯된 결과다.
사유의 종속성은 푸코가 말한 종속적 주체를 만든다.
종속적 주체는 보편적이거나 일반화된 이념을 내면화 해서
그것을 자신의 것이라 억지를 부린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생각을 자기 생각이라고 확신하며 사는 것이다.
이것은 마음을 좁고 작게 만든다.
종속적 주체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한 발짝도 건너가지 못한다.
장자의 표현을 빌리면 "정해진 마음" 에 갇힌 것이다.
한번 정해진 마음이 굳어버리면, 그것을 바꾸기란 매우 매우 어렵다.
자신을 살해하는 정도, 즉 "오상아(吾喪我)"의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야 변화 불가다.
사회의 극단적 분열이나 이념 갈등은 다 정해진 마음으로 사는 태도가 만들었다.
각자 정해진 마음을 진리로 확신하며 지지고 볶으며 세월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화합을 말하고 전진을 말해도 이 정해진 마음의 한계를 깨부수지 않고는 절대 불가능하다.
지금 우리는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사람취급도 안 할 지경이다.
그러면서 상대만 악마화하고, 자신은 천사화한다.
상대편은 악마고, 자기편은 천사다.
한 걸음만 물러나 봐도 어리석고 파괴적이란 것을 알지만,
우리의 '덕(德)'은 그 한 걸음에도 인색할 정도로 야박해졌다.
덕이 야박해졌다는 것은 자기가 누구인지 자신에게 묻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이토록 짦은 생을 어떻게 살다 갈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이 몇 가지의 질문을 하면서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된다.
자기를 자기로 만드는 힘, 자기를 자기로 살게 하는 힘,
자기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기가 되는 힘이 '덕'이다.
질문하는 힘도 덕에서 나오고, 진위 선악의 분열을 벗어 나려는 힘도 덕에서 나온다.
이곳에 멈춰 서지 않고, 저곳으로 건너가게 하는 힘도 덕에서 나온다.
세상의 주인은 대답하는 자가 아니라 질문하는 자고,
세상의 주도권은 멈춰서는 사람이 아니라 건너가는 사람이 갖는다.
실력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 질문하는 자고 건너가는 자라면,
삶의 실력은 바로 '덕'의 발휘일 뿐이다.
<장자>를 읽으면 자그마한 내가 무한대의 우주적 크기로 성장하면서 내는
굉음과 팽창 속도를 느낀다. 내가 이런 식으로 달라져가면, 어지럽기도 하고,
뭔가 위험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차별성을 인식하고,
그 차별성을 토대로 해서 존재론적 성장을 하는 것,
그리고 그 성장을 자신이 지켜보는것, 스스로 그 존재적 성장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 이것을 행복이라 하지 않을까?
나를 우주적 크기로 튀어 오르게 하는 발전소가 바로 '덕'이다.
-출처 : 삶의 실력 장자-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