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자파출부 ==
홈
>
커뮤니티
>
뉴스/공지사항
제 목
그는 좋은 사람이다
[ 2022-02-08 17:26:35 ]
글쓴이
관리자
조회수: 1008
그는 좋은 사람이다 신발 뒷굽이 닳아 있는걸 보면
그는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거리를 걸을 때면 나무의 우듬지를 살피는 걸 보면
그는 가난한 사람이다
주머니에 기도밖에 들어있지 않는걸 보면
그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슬픔을 아는 사람이다
가끔 생의 남루를 바라보는 걸 보면
그는 밤을 견디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샤갈의 밤하늘을 염소를 안고 날아다니는 걸 보면
그는 이따금 적막을 들키는 사람이다
눈도 가난하게 내린 겨울 그가 걸어간 긴 발자국을 보면
그는 자주 참회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거절한 모든 것들에 대해 아파하는 걸 보면
그는 나귀를 닮은 사람이다
자신의 고독 정도는 자신이 이겨내는 걸 보면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많은 흉터들에도 불구하고
마음 깊숙이 가시를 가지고 있지 않는 걸 보면
그는 홀로 돌밭에 씨앗을 뿌린 적 있는 사람이다
오월의 바람을 편애하고
외로울 때는 사월의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면
그는 동행을 잃은 사람이다
때로 소금 대신 눈물을 뿌려 뜨거운 국을 먹는 걸 보면
그는 고래도 놀랄 정도로 절망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삶이 안으로 소용돌이치는 걸 보면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다
그의 부재가 봄의 대지에서 맥박 치는 걸 보면
그는 타인의 둥지에서 살다 간 사람이다
그의 뒤에 그가 사랑했으나 소유하지 않은 것들만 남은 걸 보면
-류시화-
2/33, 총 게시물 : 643
번호
제 목
작성자
올린날짜
조회수
623
인간관계의 중요한 비결
관리자
2023-06-14
631
622
<섬> 나답게 살기
관리자
2023-05-24
671
621
오티움 네고티움
관리자
2023-05-23
904
620
세상 끝의 카페
관리자
2023-03-23
972
619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관리자
2023-03-02
838
618
미움받을 용기
관리자
2023-03-02
749
617
세렌디피티
관리자
2022-12-30
838
616
두마리의 늑대
관리자
2022-12-29
1070
615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2
관리자
2022-07-28
1635
614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1
관리자
2022-07-28
926
613
최선의 일
관리자
2022-07-07
963
612
해 질 녁
관리자
2022-07-07
955
611
새와 나
관리자
2022-07-07
902
610
인생을 최고로 여행하라
관리자
2022-05-13
976
609
그런 사람
관리자
2022-05-12
994
608
이동규의 두줄칼럼
관리자
2022-03-18
1219
607
옳고 그름 너머의 세상
관리자
2022-03-18
947
그는 좋은 사람이다
관리자
2022-02-08
1009
605
존재의 집
관리자
2022-02-08
987
604
승화
관리자
2022-02-08
1057
1
2
3
4
5
6
7
8
9
10
끝 페이지
이름
제목
내용
